삼세인과경(三世因果經)
- 善人善果 惡人惡果
부처님께서 영취산에 계시며 <법화경>을 설하고 계실 때였다.
그 자리에는 많은 제자 1천2백5십 인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 번뇌를 다 여의고,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사좌 좌에 높이 오르셔서 영산회상<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신 법회>에 모인 제자들을 위해 심오한 가르침을 설하시고자 깊은 삼매에 잠겨 계셨다. 그때 부처님의 십대 제자 가운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가까이 받든 아난존자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몸을 단정히 하고, 부처님께 엎드려 세 번 절하고 무릎 꿇은 후 이렇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이 본디 착한 마음을 점점 잊어버리고 나쁜 일을 범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가르침과 도리를 잘 지키지 않으며, 스님들을 공경하지 않고, 삼보에 귀의할 줄 모릅니다. 심지어는 삼보를 비방하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도리를 모르며, 마음이 사악해져 육체는 난잡하고 더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또 육신은 온전치 못해 귀머거리가 되거나, 벙어리가 되고,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것을 가볍게 여깁니다. 부귀빈천이 천차만별이라 집안이 가난해 비참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 하루아침에 부귀공명이 이슬처럼 사라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꺼번에 부모를 여의기도 하고, 한 순간에 자식을 잃기도 하니 세상의 근심과 걱정은 그칠 날이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두루 살피시며 중생을 위해 자비를 베푸시는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에게 바른 가르침을 행할 수 있도록 삼세의 인과에 대해 자세히 말씀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이 물음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은 청정한 마음으로 잘 듣고, 진심으로 믿고 행하기를 바라노라. 내 이제 너희와 모든 중생들을 위해 자세히 설하리라.
이 세상의 부귀빈천과 끝없는 고통, 슬픔이나 재난, 무한한 괴로움과 즐거움, 한량없는 행복은 모두 전생에 지은 한량없는 선악의 행위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행한 선악의 결과로 받는 인과는 이런 것들이니라.
첫 번째, 너희는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느니라. 부모가 아니면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으랴? 부모가 있으므로 우주의 근본이 되는 이 몸이 있으며, 사람의 도리가 있으니, 이 모두가 부모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므로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지성으로 봉양하고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영가를 잘 천도하여 왕생극락을 발원해야 하느니라. 또 자신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병든 노인이나 나이 많은 노인을 대할 때 마치 내 부모를 대하듯 공경해야 하느니라. 그렇게 할 때, 불⋅법⋅승 삼보와 천인, 용이나 모든 선신들이 항상 보호하며, 힘든 지경을 당할지라도 세세생생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니라. 그렇게 해야만 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수명 또한 길어지고 자손대대로 많은 복을 누리며 부귀하게 살 수 있다. 이 가르침을 어기고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는 그 자식이 화를 받을 것이며, 늙고 병약해지면 버림받으리라.
두 번째, 삼보에 귀의해야 한다. 그리하면 부처님과 호법 신장들에게 보호받고, 죽은 후엔 지옥에 떨어지지는 일이 없으리라.
세 번째, 살생을 하지 말고 방생하라.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고 공양과 보시에 힘쓰라. 그 일이 바로 행복의 씨앗이 되느니라. 세상의 모든 행복이나 부귀영화는 모두 자신이 전생에 지은 대로 받는 과보이다. 스스로 짓고 스스로 거두는 인과응보이니, 이런 삼세인과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 이 삼세인과의 법문을 설하는 것은 삼세의 인과가 모든 중생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까닭이니 이를 받들어 지성으로 행하라.”
부처님께서는 32호상의 거룩한 몸을 갖추신 인연을 예로 들어 자세히 말씀하셨다.
“32호상은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에 나타나는 특징이니라. 이 모습을 갖춘 이는 세상에 있으면 전륜성왕 되어 모든 백성들을 어질게 다스리고, 출가를 하면 이 세상의 온갖 거리낌을 떨쳐버리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니라. 부처님은 일찍이 머나먼 옛 겁부터 몸과 입과 마음으로 여러 가지 착한 일을 행하였느니라. 보시하고 계행을 지키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수행자를 존경하고, 어른을 공경하였으므로 32호상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다. 부처님은 과거세에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는 일이 없었고, 남을 해치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다. 모든 생명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이롭게 했기 때문에 언제나 하늘나라에 태어났느니라. 세상에 태어날 때는 세 가지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으니 발뒤꿈치가 단정하고 둥글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길고 부드러우며, 팔다리가 고르고 곧으니, 아름답기 그지없는 몸매를 얻었느니라.
부처님은 전생에 맛있는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베푼 공덕으로 몸의 일곱 군데가 원만하고 고른,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느니라.
부처님은 전생에 남을 위해 보시하고, 고운 말을 하고, 이롭게 하는 사섭법(四攝法)을 널리 행한 공덕으로 손발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느니라. 발등이 단정하고 몸의 털이 위로 곱게 쓰러진 거룩한 상을 얻은 것은 과거세 모든 사람들에게 진리의 가르침을 널리 설한 공덕이니라. 피부가 곱고 때나 먼지가 묻지 않는 공덕을 얻은 것은 과거세에 수행자를 섬기고 그들에게 착한 가르침을 듣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죄의 때를 남김없이 씻어버린 공덕이니라.
금빛으로 빛나는 몸을 얻은 것은 과거세 모든 중생들에게 성내거나 분한 마음을 내지 않고, 미워하거나 불만스런 마음이 없이 항상 기쁜 얼굴로 좋은 옷을 베푼 공덕이니라.
그 공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온 몸이 둥글고 바르며, 두 팔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공덕을 얻었느니라.
과거세에 많은 사람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지식과 지혜와 진리를 설한 공덕을 베풀고, 또는 금이나 은 같은 많은 보물들을 아낌없이 베푼 공덕으로 이 세상에 나서는 사자처럼 위엄이 넘치며 두 어깨가 고르고 둥근,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느니라.
과거세에 다른 사람보다 앞서서 착한 일을 행하고, 보시하고 계행을 지키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수행자와 어른을 존경한 공덕으로 머리 위에 육계(佛頂이라 번역)가 있는 공덕을 얻었느니라.
과거세에 거짓말하지 않고, 항상 참된 말로써 사람을 대한 공덕으로 온몸의 털이 한 구멍에 하나씩만 나고, 두 눈썹 사이에 난 백호가 솜처럼 부드러우니라.
과거세에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고,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고 기쁘게 지내게 한 공덕으로 마흔 개의 이가 희고 고르며 빈틈이 없는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느니라.
과거세에 악하거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을 하지 않고, 누가 들어도 기쁘고 사랑스러운 말, 좋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말을 한 공덕으로 아름답고 밝고 깨끗한 음성을 얻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와 1천2백5십 인의 제자들에게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세상의 많은 중생들은 생각이 어리석어 마음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서로 다투고 시기한다. 그래서 세상의 큰 죄악과 깊은 고통 속에 빠져 오직 자신만이 편안하고자 몸부림치며 허덕이고 있느니라. 귀하고 천한 이나, 부자나 가난한 이나, 남자나 여자, 늙은이나 젊은이를 막론하고 한 결 같이 재물에 눈이 어두우니, 그들의 생각은 죄악과 고통이 가득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늘 서두르며, 늘 바삐 허둥대고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이 헝클어져 잠시도 편할 날이 없느니라.
땅이 있으면 줄어들지 않을까. 집이 있으면 불이 나거나 무너지지 않을까. 가축이나 보물, 옷이나 모든 살림살이에 이르기까지 가진 사람은 가진 것으로 인해 걱정 근심이 떠나지 않고, 없는 사람은 또 어떻게 하면 힘들이지 않고 배부를 수 있을까. 남의 것이 저절로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요행을 바라 스스로 시름을 받느니라.
진리의 가르침이나 인연의 과보를 보고도 못 본 체 하고, 못 들은 체 하며, 믿지 않는 사람은 갑자기 화재나 수재를 만나 불태우고 물에 잠겨 떠내려 보낸다. 또 도적이나 빚쟁이들에게 빼앗기기도 하며 모든 재산이 산산이 흩어져 마음은 답답하고 분한 심정에서 벗어날 길 없으니 괴로움에서 헤어날 기약이 없느니라. 이로 인해 마음은 병들고 몸은 지쳐 목숨이 다하게 되면, 모든 것을 버리고 빈손으로 떠나니, 무엇을 가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으랴.
이러한 서글픔을 부자나 가난한 사람, 이 모두가 마찬가지니라. 이처럼 근심과 두려움, 애타는 괴로움이 끝없으니 마치 불붙는 괴로움이나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으리라.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 항상 궁색하고 게으르며 탐욕스러운 마음이 그칠 사이 없이 일어나 땅이나 집, 가축이나 보물, 옷이나 살림살이, 이런 모든 것을 가지려는 탐욕으로 항상 고통 받느니라.
한 가지가 있으면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고, 이것을 모으면 저것이 흩어지니, 어쩌다가 모두가 갖추어졌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하고 곧 빈털터리가 되고 마느니라.
그리하여 다시금 끌어 모으려고 발버둥 치며, 해매일 때의 마음은 조급하기 그지없으니 몸은 괴로움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마치 얼음을 안고 불을 품는 것 같으니라. 그렇게 허덕이다가 결국은 다시 돌아가나니, 평소에 착한 일을 하거나 공덕은 쌓아 보지도 못하고 어느 것 하나 몸에 지닐 수 없이 몸을 버리고 허무하게 홀로 떠나느니라. 이번 생에서 지은 악업으로 인해 악도에 태어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선악의 과보마저도 알지 못한 채 떠나고 마느니라.
세상 사람들이여, 부자나 형제나 부부 또는 일가친척 간에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고 결코 미워하거나 시기하고 질투하지 말라. 남의 것을 탐내거나 없는 사람들에게 인색하게 굴지 말라. 항상 부드러운 말과 상냥하고 화평한 얼굴로 대하도록 하라.
만약 서로 다투게 되어 분한 마음이 남게 되면, 비록 이 세상에서 그 원한이 당장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쌓이고 쌓인 원한과 미움은 다음 세상에서 반드시 원수로 나타나 그 보복을 받게 되느니라. 인간은 이 세상 애욕의 바다에서 홀로 태어나서 홀로 죽어 가느니라. 어떤 괴롭고 즐거운 곳에서도 자기가 지은 선악의 행위에 대한 과보는 스스로 받고 감당하느니라. 어느 누구도 그 과보를 대신 받아 주지 않고, 대신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착한 일을 행한 사람은 몸을 바꿀 때 행복한 곳에 태어나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고통과 재앙이 있는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이는 이미 그가 행한 과보에 따라 분명히 정해져 있는 것이다. 각자 지은 과보가 다를 때엔, 이 세상에서 아무리 가까운 부모 자식 간, 부부나 형제라도 다음 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나 볼 수가 없느니라. 이처럼 금생에 지은 선악의 행위와 다음 세상에서 받을 고통과 즐거움의 과보는 변함없는 인과의 이치로 각각 지은 바 업에 따라서 태어날 뿐이니라. 그리하여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여 서로 오랜 이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또한 가는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만날 기약조차 없느니라. 이처럼 슬프고 아득한 일이 또 있으랴? 그래서 참된 선과를 닦아 언제 어디서나 안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느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덧없는 세상일에만 매달려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인과의 진리를 깨달으려 하지 않는가? 몸이 젊고 건강할 때 힘을 다하여 착한 일을 하고, 더욱 정진하여 고통의 바다를 건너야 할 것이니라. 세상 사람들은 착한 일을 행하여 편안함을 얻고, 진리를 닦으면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흔히 삼보를 거역해 제일 큰 죄업을 짓느니라. 또 부모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진리의 가르침을 소홀히 여기느니라.
그리하여 살아서는 곤궁하고, 사람다운 사람도 될 수 없으며, 자칫 죽어서는 악도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는 것과 은혜를 베풀면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선악인과의 이치를 믿지도 않느니라. 늙은이, 젊은이를 막론하고 그릇된 생각을 계속 이어받아 부모는 오히려 자식을 잘못 이끌어 그 행동은 어리석고 마음은 꽉 막혀 정신이 흐려지느니라. 그래서 죽고 사는 생사의 이치와 선악인과의 도리를 깨닫기는 고사하고, 그 사실을 말하거나 들려 줄 사람조차 없느니라. 그러나 인간의 길흉화복과 생사고락은 인과의 도리에 따라 스스로 받게 되는 것이니, 인과응보의 진리를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것이니라. 인간이 죽고 사는 법칙은 언제나 변함없는 진리로 영원히 이어지고 있느니라. 자식은 부모를 여의고 통곡하며, 부모는 자식을 잃고 애통해 하며 또 부부와 형제자매 간에 죽음을 당하면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죽음은 늙고 젊다는 차례대로 찾아들지 않는 법, 이것이 무상한 인생의 실상이니라.
삼라만상은 다 지나가고 마는 것,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느니라. 가족 중에 부모나 자식, 또 형제나 부부 중에 누군가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살아 있을 때의 불효했던 마음이나, 좀 더 사랑스럽게 대하지 못했다거나, 이런저런 끊을 수 없는 정리(情理)로 마음은 더욱 어둡고 혼미하여 답답하기 그지없느니라. 이런 무상한 인생의 실상을 조금도 예측하지 못하니, 이를 깨우쳐 주려 해도 인생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이를 깨우칠 수가 없느니라. 혹 깨우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마음이 어둡고 어리석어 생사의 윤회를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순간의 쾌락에만 몰두하니, 마침내 지옥이나 삼악도에 떨어져서 아귀나 축생이 되어 고통 받게 되느니라.
한 세상 살고 마는 것이라 생각해 놀고 마시며, 흥청망청 즐기다가 몸은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러서야 허겁지겁 선을 행하려 해도 몸과 마음이 이미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참으로 어찌할 수 있으랴!
세상은 온통 악으로 어지럽혀져 오고가는 이웃의 정이란 조금도 없고, 사람 사이의 따스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 곳에서나 서슴없이 사람의 목숨을 노리며, 짐승처럼 포악해져서 서로 으르렁거리는가 하면, 육체의 쾌락을 쫓아 한 결 같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헤매니, 그 가엾은 마음은 마침내 지쳐 스러져 불행한 재앙을 받게 되느니라.
이렇듯 참다운 도리를 따르지 않고, 그릇된 죄악만을 서로 다투어 저지르니,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그 인연의 과보만을 기다려야 할 뿐,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느니라. 주어진 각자의 과보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지옥으로 떨어지니, 몇 겁을 악도에서 돌고 돌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인간의 행복이나 부귀영화, 온갖 존귀함이나 불행, 이 모든 일들은 다 자신이 지나온 겁에 닦은 공덕이 인연이 되어 나타나는 법,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생김새가 비슷하나,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잘 사고 못 사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그 삶이 다양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자기가 지은 것은 자기가 받는 인과응보의 결과이니라.
이제 내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세상의 다섯 가지 죄악인 살생, 도둑질, 음행, 망어, 음주의 죄업을 떨쳐 버리고 선업을 닦아서 복덕과 구원과 장수와 영원히 생사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열반을 얻게 하리라.
삼세인과 법문을 듣고, 삼세의 모든 인과가 중생들에게 다시없이 소중한 가르침임을 깨달으라. 그리하여 세세생생 온갖 복락을 누릴 수 있도록 이를 정성껏 지녀 가볍게 여기지 말라.”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삼세인과에 대하여 자세히 예를 들어 말씀하셨다.
“첫째, 인간이나 곤충 등 하찮은 미물에 이르기까지,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억누르고 해치며, 죽이고 잡아먹는다. 법신은 그런 모든 중생의 선과 악을 살펴 적당한 과보를 받게 하느니라. 그리하여 부자나 가난한 자, 귀하고 천한 사람, 즐겁고 불행한 사람, 지혜롭고 어리석은 사람, 몸이 온전한 사람과 성치 못한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의 형태와 습관, 환경을 나누는데, 이는 모두 지난 세상에 지은 업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라.
악업을 행한 사람은 그만한 악업을 지워야하고, 선행을 한 사람은 그만한 즐거움을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한 나라에 국법이 있어도 질서정연한 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게 되면, 그 죄에 의해 감옥에 들어가 벌을 받는 일고 다름이 없느니라. 그런데 목숨을 마치고 다음 생에서 받는 괴로움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하고 잔인해 어떤 힘이나 보살핌으로도 절대 피할 수 없다. 그 괴로움은 삼악도를 윤회하며 계속되니, 그 삶의 수명이 짧을 때도 있고, 한없이 길 때도 있으며, 정신은 그 몸을 바꿀 때마다 몸속에 깃드니, 언제나 몸과 함께 고통을 받느니라. 또한 태어날 때는 혼자이나 전생에 원한이 있으면 서로 같은 곳에 태어나 어떤 방법으로든 서로 보복하면서 살게 되는데, 어느 한 쪽이 피하려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떠난다 해도, 그 원한의 악업이 다하기에는 서로 떠날 수가 없느니라. 인과응보의 도리는 너무나 정확해서 선이나 악을 행하면, 즉시 그 과보가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해도 머지않아 그 과보를 받게 되느니라.
둘째, 세상 사람들은 부모나 자식 간에 친애가 없고, 부부 간에 존경이나 사랑이 없으며, 친구 간에 믿음이나 의리가 없어 진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사치스럽고 방탕하기 짝이 없고 서로 속이며 교만하거나 방종하니 진실한 마음은 아예 사라져 버렸느니라.
또 임금과 신하 사이도 마찬가지니라. 신하는 충성심은 없고 간사하여 아첨을 일삼고, 어진 신하를 모략하고 비방한다. 임금의 밝은 지혜는 아첨하는 신하에게 가려 무능한 신하만을 등용하므로 그 무리들은 마음대로 부정을 행하니, 나라는 마침내 망하고 마느니라. 신하는 임금을 속이고, 임금은 신하에게 우롱당하며, 자식은 부모를 가까이 하지 않고 부모는 자식을 책하지 않는다. 형제나 부부, 친구 사이에도 서로 속이고 조롱하며, 각자 자신의 탐욕과 노여움, 그릇된 마음으로 자신의 만족에만 빠져든다. 이때 이해가 서로 다른 사람들과는 원수처럼 서로 등을 돌리고 미워하며, 마침내 서로 배반하여 원한을 맺게 되니, 인과를 피할 수 없게 되느니라. 어떤 사람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할 줄 모르고 그저 재물을 모으기에만 급급하여 평생 숨 한번 편안하게 쉬지 못하고 그 많은 재물로 좋은 일 한번 하지 못하고 덜컥 죽고 만다. 사람은 한번 죽으면 그뿐인 것,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이 세상의 재물과 헛된 욕망은 인과의 업만 더할 뿐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느니라.
착한 일을 하여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여 화를 당하는 필연적인 인과의 도리는 몸을 바꾸어도 떠나지 않고 행복한 곳이나, 불행한 곳을 가리지 않고 늘 따라 다니느니라.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남의 것을 탐내거나 훔치려 하고, 나쁜 말로 재물을 얻으면 마치 제 힘으로 얻은 양 으스대다가 낭비와 사치와 탐욕으로 곧 다 써 버리고 남을 원망한다. 그리고는 다시 어두운 마음을 품고 남의 것을 훔치려 하니, 이들은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항상 거짓되기 때문에 남의 눈을 두려워하다가 불행한 일을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후회하느니라. 금생에는 나라마다 각각 법이 있어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전생에 선을 닦지 않았으면, 금생에 와서도 다시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니, 법신(法身)은 그 죄를 빠짐없이 기록해 그 인과에 따라 그 삶이 태어날 곳을 정하느니라.
셋째, 지혜로운 사람, 덕 있는 사람, 고귀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미련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가난한 사람, 몸이 성치 못한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악한 사람은 항상 나쁜 마음을 품고 애욕의 번뇌가 가득해 마음은 안절부절 한다. 눈은 벌겋게 충혈 되어 눈앞의 이익만을 노릴 뿐이다. 그리고 음란한 마음을 품고 주위의 다른 이성에게 음심을 품으며, 자기 배우자를 공연히 미워하며 싫어하고, 재산을 탕진하며, 다른 이성에게 빠지느니라. 또한 때로는 같은 패거리들끼리 모여서 노름하고 술 마시며, 서로 싸우고 죽인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요행으로 이익을 구하려 하며, 도둑질이나 사기를 쳐서 얼마간의 재물이 생기면 욕심은 더 엉뚱하게 큰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런 사람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과 사회에 근심, 걱정, 물의를 일으키지만, 그 자신은 양심의 가책을 받기는커녕, 깨닫지도 못하다가 결국은 국법에 의한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니라.
이러한 악한 짓은 사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에게도 알려지고, 천지신명도 비춰보니 인과를 지켜보는 법신도 이를 분명하게 기억하게 되느니라.
넷째, 세상 사람들은 선을 행하지 않고 욕설과 이간질, 거짓말과 음란한 말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는다. 부모에게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들을 공경할 줄 모르며, 어린이를 학대하고 오로지 남녀 간의 육체만을 즐기려고 한다. 이들이 만일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기가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아는 듯 뽐내고 거만하게 함부로 권세를 부리며 남을 업신여기기를 너무 손쉽게 하느니라.
또 자기의 분수를 모르기 때문에 악을 행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남의 공경과 위엄을 사려고 하느니라. 이런 모든 악은 전생에 얼마간의 복덕을 쌓은 보람으로 금생에서 약간의 지위와 부를 누리며 유지하지만, 금생에 악을 범해 그 복력이 다하면 모든 부귀공명이 그를 떠나고 마는 것, 그의 목숨이 다하면 그가 지은 악업만이 남아서 삼악도의 불가마속에 들어가 몸은 무너지고 정신은 한없이 고통을 받으니 이때에 이르러서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섯째, 사람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니 그 가족과 부양해야 하는 식구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괴로워한다. 윗사람이 더 부지런해라, 노력하라 이렇게 충고하면 오히려 눈을 부라리며 거칠게 대꾸하거나 들은 체 하지도 않으며, 남을 사귈 때는 예의범절이 없어 친구를 잃는다. 은혜를 입으면 당연히 받는 것으로 알면, 자신이 무언가 조그마한 것을 베풀면 마치 커다란 산이라도 움직인 듯 떠들고, 되돌려 받아야만 하지만 자신은 그런 생각이 없다는 듯 꾸미며, 의리나 보답 따위는 아예 무시한다. 그러므로 더욱 가난하고 궁색해져 모든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쳐다본다. 남의 것을 힘 안들이고 거저 얻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항상 얻는 것으로 생활하려 하느니라. 그러면서 자신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인 양, 늘 술독에 빠져 횡설수설하거나 입에 맞는 좋은 음식만을 탐하여 조금도 절약하려 들지 않고, 내일 일은 전혀 생각지 않아, 마치 오늘 단 하루만 사는 것처럼 행동하느니라. 또 집안 살림살이 형편이 어떤지 전혀 생각지 않고 부모형제의 은혜를 생각지 않으며, 스승이나 친구 간에도 의리가 없다. 그뿐 아니라 옛 성인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비방하며, 죽은 다음 영혼이 있어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선악의 인과에 따라 안락과 고통을 받는 인과응보의 도리를 믿지 않느니라. 수없이 영겁 속에는 생사윤회의 이치가 분명하며, 그 법칙은 실로 넓고 깊어 신기하기 그지없으니 선악의 과보로 자신이 지은 업보는 스스로 받는 것이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느니라.
바로 이것이 인과의 법칙이니라. 그러므로 자신이 지은 업보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죄와 벌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느니라. 지혜롭고 착하며, 복을 많이 지은 사람은 더욱 선을 닦아 안락한 곳에 머물며, 더욱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간다. 또 우둔하고 악하여 박복한 사람은 다시 악을 범하고 괴로운 곳에서 더욱 괴로운 곳으로 떨어지며 마음은 더욱 고통스럽게 되느니라.
이처럼 깊고 신묘한 인과의 이치를 누가 알 수 있으랴? 오직 부처님만이 알고 계실 뿐이니라. 그러나 사람들이 지성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선을 닦아 인과의 이치를 깨닫는다면, 한량없는 고뇌를 끊고 천상에 태어나 영생불멸의 열반에 들 수 있는 것, 이는 무한 정진으로 가능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삼세인과 법문을 지성껏 염송하고 더욱 더 정진하라.”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삼세인과에 대해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셨다.
“금생에 태어나 인간의 존엄함을 알고,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잘 지켜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으며 존경받는 이는, 전생에 부처님의 말씀과 그 가르침을 지키고 이를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널리 가르쳐 준 사람이니라.
금생에 남의 스승이 되어 가르치며 지혜와 학덕이 뛰어난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서 경전을 설하실 때 청정한 마음으로 듣고 새기며, 불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 공덕의 결과이다.
금생에 인격이 높고 후덕하며 지혜로워 한 집안이나 한 나라의 기둥이 될 만한 사람은, 전생에 불⋅법⋅승 삼보를 지성으로 널리 전하고 솔선수범해 널리 행한 공덕이니라.
금생에 재주가 뛰어나고 총명한 사람은, 전생에 경전을 널리 보고 읽고 전하여 스님이나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인연이니라.
금생에 높은 자리에 올라 사람들을 통솔하는 사람은, 전생에 불상을 조성하였거나, 불쌍하고 가엾은 사람들을 구제해 준 공덕이니라.
금생에 부부가 화목하며 훌륭한 자식을 두고, 여러 가지 복을 갖춘 사람은, 전생에 정법을 받들고 불단을 장식하고, 부처님 도량을 깨끗이 하여 선근공덕을 쌓은 공덕이니라.
금생에 목소리가 아름다워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은, 전생에 절에서 종을 만들 때 구리와 쇠를 시주한 까닭이니라.
금생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사람은, 전생에 빈부귀천으로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봉사하며, 사람의 가치가 존귀함을 스스로 깨닫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쳐 준 인연이니라.
금생에 눈빛이 맑고 얼굴이 밝은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 앞에 등불을 밝히고 고운 마음씨를 가졌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아름다운 용모에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우아하고 단정하게 보이는 사람은, 전생에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향을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이니라.
금생에 즐거움을 잊지 않고 항상 웃음 짓는 사람은, 전생에 자연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꽃을 가꾸어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한 때문이니라.
금생에 부모님을 모시고 근심 걱정 없이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전생에 스승을 잘 모시고 여러 사람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서 불경을 청정한 마음으로 읽으며, 부처님의 말씀을 잘 믿고 받든 까닭이니라.
금생에 부부 간에 화합하여 그 사이가 좋고 백년해로하는 사람은, 전생에 약속을 잘 지키고 신의를 잘 지키며, 부처님의 경전을 널리 인쇄하여 여러 사람에게 보시한 공덕이니라.
금생에 의식이 풍족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은, 전생에 남의 재물을 탐내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가진 것을 나눠 쓰며 보시한 사람이니라.
금생에 신분이 낮고 천하여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은, 전생에 남을 학대하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하지 않고 또 재물이 없어 보시공덕은 쌓지 못할지라도 남에게 선행하기를 구하는 일조차 하지 않고 꺼린 까닭이니라.
금생에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모략을 당하고 부당하게 천대받는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면서 의심을 품은 탓이니라.
금생에 남에게 부림을 받아가며 궂은일을 평생토록 하는 사람은, 전생에 하인이나 짐승을 함부로 대하고 학대하며 괴롭힌 까닭이니라.
금생에 몸이 약하고 언제나 병들어 신음하며 지내는 사람은, 전생에 악취를 남에게 뿌리며 부처님 도량을 더럽힌 까닭이니라.
금생에 병이 없고 항상 건강하고 튼튼하며 오래 사는 사람은, 전생에 죽어가는 생명을 돌봐주고 다 죽게 된 생명을 살려 준 방생의 공덕이니라.
금생에 의 식 주가 풍족하고 가족이 단란하고 행복한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 계신 도량을 깨끗이 했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살림을 잘 하고 음식솜씨가 좋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여인은, 전생에 부처님께 지성껏 공양한 공덕이니라.
금생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모든 일을 잘 이끌어 나가는 사람은, 전생에 거짓말하지 않고 청정한 계행을 지켜 항상 깨끗한 손으로 부처님께 향을 올렸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귀가 먹어 소리를 못 듣는 사람은, 전생에 불경 읽는 소리를 듣고 귀를 막은 인과이며, 말 못하는 벙어리는 전생에 부모를 욕하고 삼보를 비방한 인과이니라.
금생에 남과 싸우기를 좋아하고 조그만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시비하기를 일삼아 불량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은, 전생에 여러 가지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까닭이니라.
금생에 자식에게 학대받고 일가친척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여자는, 전생에 어린 자식을 돌보지 않고, 외간 남자와 놀아나며 음행한 결과이니라.
금생에 자식에게 학대받고 일가친척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남자는, 전생에 처자식을 돌보지 않고 술 마시며 다른 여자와 정을 통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방탕한 자식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은, 전생에 자신의 방탕한 음행을 자식들에게 보인 까닭이니라.
금생에 아들딸이 없어서 외롭고 고독한 사람은, 전생에 자연을 돌보지 않고 꽃을 함부로 꺾은 결과이니라.
금생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어 혼자 고독하고 쓸쓸하게 사는 여자는, 전생에 사람들을 괴롭히고 남편을 괄시하며 학대한 연고이니라.
금생에 상처하고 홀아비로 지내는 사람은, 전생에 연약한 사람들을 학대하고 구박한 까닭이니라.
금생에 남의 생명을 빼앗거나 죄를 지어 무거운 형벌을 받는 사람은, 전생에 남을 해쳤거나 많은 생명을 함부로 죽이고 가볍게 여긴 결과이니라.
금생에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강한 자에게 굽실거리며 아부하는 사람은, 전생에 자기의 권세를 믿고 방자한 행동으로 간교한 짓을 일삼았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불구의 몸이 되거나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이는, 전생에 부처님의 인과를 믿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며 많은 사람들의 뜻을 거슬렀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몹쓸 질병에 신음하다가 제 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죽게 되는 이는, 전생에 함부로 살생하고 부처님의 도량에 더러운 오물이나 가래침을 뱉어 더럽히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괴롭힌 과보이니라.
금생에 항상 속병을 앓고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해 먹을 것만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들지만 결국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 올릴 음식에 손을 댔거나 먹었으며, 남보다 먼저 먹은 까닭이니라.
금생에 처자식 다 잃고 가진 것 하나 없이 거지가 되어 구걸하러 다니는 사람은, 전생에 고약하고 인색하여 탁발하는 스님을 업신여기고 푸대접하며, 그 자신을 게을러 일하기를 싫어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거나 사고를 당해 일어서지 못하고 평생 동안 앉은 채로 살아야 하는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 경전을 흙바닥에 던지고 인과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항상 몸이 불결하고 더러운 냄새가 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의 도량을 드나들 때 몸가짐이나 의복이 단정치 못하였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며, 더럽게 하고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까닭이니라.
금생에 불쌍한 죽음을 당하거나 불구의 몸이 되어 고통을 받은 사람은, 전생에 부부 이외의 사람과 음행을 하고 연약한 아녀자를 숲 속에 끌고 들어가 욕보인 과보이니라.
금생에 귀가 먹어 잘 듣지 못하고 눈이 붉고 충혈 되어 보기가 거북할 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도 않는 사람은, 전생에 남이 묻는 말에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못들은 척하고 길을 묻은 사람에게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심지어는 아무렇게난 말하여 엉뚱한 곳으로 가게 한 탓이니라.
금생에 항상 병고에 신음하는 사람은, 전생에 질투심이 많았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허리를 다치거나 허리뼈가 빠져 항상 뻣뻣하게 선 채로 고생하는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 절하지 않고 오히려 절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우롱한 연고이니라.
금생에 얼굴이 흉하고 못생겨서 보기 싫은 사람은, 전생에 얼굴이 잘 생기고 그 모습이 뛰어난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한 까닭이니라.
금생에 추하고 더러운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전생에 남이 귀하게 되는 것을 시기하고 방해한 까닭이니라.
금생에 소나 말로 태어나 밭을 갈고 마차를 끌며 고생하는 짐승은, 전생에 은혜를 모르며 의리 없이 남의 빚을 갚지 아니한 때문이니라.
금생에 제 명대로 못살고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전생에 개울을 막고 독약을 풀어 물고기를 잡은 인과이니라.
금생에 벼락을 맞거나 집이 무너져 깔리거나 해 참변으로 죽는 사람은, 전생에 재물을 탐내 저울 눈금을 속이거나 되질이나 말질을 교묘하게 속여 판 과보이니라.
금생에 뱀이나 새로 태어나는 사람은, 전생에 간사하고 거짓되고 경솔한 업을 지은 탓이니라.
금생에 독사나 맹수에게 물린 사람은, 전생에 불 법 승 삼보를 거역하고 싸움으로 원수를 갚았기 때문이니라.
금생에 어떤 사람은 온몸이 마비되고 눈썹과 수염이 빠지고 몸이 부르트고 고름이 흐르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뭉개지는 병에 걸려 사람들이 외면하고 가족이나 일가친척들이 내다버리면, 새나 짐승들이 와서 덤비고 아무도 돌보는 사람 없이 죽어간다. 이런 사람은 전생에 삼보를 비방하고 부모에게 불효하며, 부처님 도량의 탑과 절을 부수고, 깨달은 사람을 학대하고 스승을 죽이기까지 하면서도 참회하지 않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사람들을 해치며, 전혀 깨닫지 못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몸이 길고 귀와 발이 없어 꿈틀거리며 배로 기어 다니면서 흙을 먹고 살며, 작은 벌레들에게 물어뜯기고 빨아 먹히며, 결국은 날짐승에게 잡아먹히는 중생은, 전생에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않으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재물이나 권력을 가지고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학대하며, 고통스럽게 한 인과이니라.
금생에 장님으로 태어나 나무에 부딪히고, 수렁에 빠지거나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다시 몸을 받아 태어날 때마다 장님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전생에 죄와 복을 믿지 않고 살아 있는 생명을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고, 매달고, 남의 눈을 멀게 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말더듬이가 벙어리가 되어 말을 하지 못하며 설사 말을 하더라도 그 소리가 분명치 않아 듣는 사람까지 답답한 고통을 받게 하는 사람은, 전생에 삼보를 비난하고 옳고 그름을 시비하고, 착한 이를 공연히 화나게 하여 걸고넘어지며, 어진 사람을 질투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어떤 중생은 배는 큰데 목이 가늘어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고, 먹어도 피고름이 되어 버리는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께 올릴 공양을 훔쳐 먹었거나, 이런 사람이 먹을 양식을 혼자 훔쳐 두고 먹었거나, 제 것은 아끼고 남의 것을 탐내며 나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못 먹을 것을 먹게 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어떤 사람은 뜨거운 쇳물을 입에 붓고, 쇠못으로 팔다리를 마구 못질하며, 온몸에 불을 질러 고통을 겪는다. 이 사람은 전생에 의술을 가진 자로서 남의 몸을 상하게만 하고 병은 고치지 못하면서, 사람을 속이고 돈을 받아 고통 받는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어떤 중생은 깊고 높은 설산 꼭대기에 항상 앉아 움직이지 못하는데, 찬바람에 살이 터져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은 전생에 강도로 길가는 사람을 막고 옷을 빼앗아 제가 입고, 패물은 제가 가지며, 소나 양, 짐승의 가죽을 벗겨 고통을 받게 한 과보이니라.
금생에 어떤 사람은 어리석고 우둔하기 그지없어 좋고 나쁨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는 전생에 술을 먹고 만취하여 서른여섯 가지 실수를 범하고, 그 후에는 바보가 되어 옳고 그름과 높고 낮음을 분별하지 못하였나니, 그런 악업으로 이런 과보를 받느니라.
금생에 어떤 사람은 그 모습이 매우 흉악하고 피부는 거무튀튀하며 얼굴은 울퉁불퉁하다. 여기저기서 진물이 흐르고 코는 납작하고 두 볼은 붉으죽죽하며 두 눈은 시뻘겋게 충혈 되고, 이빨은 사이가 빠지고 썩었으며, 입 안과 몸에서 나는 악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키는 난장이에다 안짱다리, 허리는 절구통 같으며 팔다리는 뒤틀려 있다. 먹음새는 거칠고 몸에는 종기가 나 고름이 줄줄 흐르며 퉁퉁 부어오르고 옴과 동창 병에 온갖 나쁜 병이 한 몸에 모여 생명이나 부지시키려 해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지은 죄에 걸려 대신 벌을 받고, 영원히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런 사람은, 전생에 부모에게 불효하고 윗사람으로 아랫사람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의리를 지키지 않고, 신의가 없으며 노인이나 어른들을 공경하지 않으며, 자기가 맡은 책임을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아, 도둑질하고 부녀자를 겁탈하며 착한 이를 비방하고 스승을 경멸하고 사람들 속이기를 예사로 하였다. 이런 온갖 죄악을 골고루 범한 결과로 이런 과보를 받느니라.
금생에 어떤 귀신이 있는데 두 어깨에 눈이 있고 가슴에 입과 코가 있다. 이 귀신은 전생에 항상 백정의 제자가 되어 살생하기를 노끈으로 짐승을 얽어매고 끌어 잡아당긴 과보로 이런 몸을 받았으니, 곧 다시 지옥으로 들어갈 것이니라.
금생에 손 발 눈 귀 코가 없고 항상 벌레들이 뜯어 먹는 고기 덩어리와 같아서 언제나 고통 받는 중생, 이 중생은 전생에 살아 있는 목숨을 온전히 살지 못하게 한 과보로 이런 일을 당하느니라.
금생에 어떤 귀신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배가 엄청나게 큰데 목구멍은 바늘구멍만 하니 몇 해가 지나도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배가 항상 고픈 고통을 겪는다. 나는 전생에 한 마을의 주인이 되어 내 자신의 부귀를 믿고 술 먹고 비틀거리며 남들을 업신여기고, 음식을 빼앗아 모든 사람들의 배를 굶주리게 한 과보 때문이다.’
금생에 어떤 귀신은 뜨거운 쇠바퀴를 두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온몸이 그 뜨거움으로 타고 들볶인다. 이는 전생에 대중을 위해 떡을 만들면서 두 개를 훔쳐 겨드랑이에 감추었던 인연으로 그런 업보를 받은 것이다.
금생에 어떤 아귀는 일생동안 어깨에 큰 구리 항아리를 메고 있다. 그 한가운데는 펄펄 끓는 구리물이 가득하여, 자연히 정수리에 쏟아지니, 그 고통을 참기 힘들다. 이는 전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절의 살림살이를 맡아 대중의 일을 볼 때, 맛있는 음식을 항아리에 담아 몰래 숨겨 두고, 때에 따라 공양하지 않고 객승들이 간 뒤에라야 자기 절의 대중끼리 나누어 먹은 인연으로 그런 과보를 받느니라.
금생의 어떤 중생은 똥, 오줌 등 더러운 오물이 가득 괴어 구린내와 악취가 심한 곳에 손발도 없고, 몸은 미끈미끈한 채, 두 길이나 되고 꿈틀거리기만 하는 흉측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이는 전생에 큰 절의 주지였다. 그는 어느 날 5백 명의 상인들이 절에 들렀다 스님들의 수도하는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으로 가지고 있던 진주를 보시했다. 주지는 욕심이 생겨 그 진주를 혼자 감추고 다른 스님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 한 대중스님이 이 사실을 묻자 더러운 침을 뱉으며 욕설을 퍼부은 과보로 이처럼 보기 흉한 짐승이 되고, 다음 생에도 지옥에 들어가 한없는 고통을 받느니라.
금생의 어떤 중생은 혀가 넓고 큰데 쇠못이 박혀 있고, 불이 붙어 타오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량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전생의 주지를 지낼 때 여러 대중들과 객으로 찾아온 비구들을 욕설하여 쫓아 보내고 공양을 함께 하지 않은 과보이니라.
제자들이여! 인과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니라. 금생과 전생을 지나 수천 겁의 세월이 지나도록 고통을 받고 그 죄 값을 다 치러야만 새나 짐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 선한 과보와 악한 과보를 분명히 보고 구별하라. 그리하여 악업을 버리고 선업을 닦을 수 있도록 참회하고 노력해 자신의 부모와 모든 권속들이 따르고 깨달을 수 있게 하라. 진리의 가르침이나 정의롭고 참된 일을 보고도 못 본체 하고, 듣고도 못들은 체하며, 믿지 않는 사람은 필경에는 축생의 과보밖에 받을 것이 없느니라. 권하노니 <삼세인과경>을 받아 거듭 선과를 쌓도록 하라.
금생에 삼보를 공경하고 귀의하며, 실답게 믿어 경전을 법보시하는 사람은 다음 생에 반드시 귀하게 태어나 무량한 복락을 누릴 것이니라. 만약 전생의 인과를 알고자 한다면, 이번 생에서의 일을 볼 것이며, 다음 생의 일을 알고자 한다면, 이번 생에서 행동하고 있는 일을 보라.
이 세상에서 우연히 물건을 잃었거나 도적을 만나 빼앗기면 그것은 전생에 진 빚을 갚는 것이다. 남을 동정하고 고통 받는 사람을 가엾게 보살피면, 내생의 인을 맺으며, 선과를 받게 되리라.
그러므로 자비스런 마음, 착한 마음, 은혜를 갚는 마음, 삼보를 믿고 따르는 마음을 가져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설하셨다.
“내가 어떤 조그만 마을을 지나고 있을 때였느니라. 아이들 몇 명이 길가에 앉아 흙으로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흙과 모래로 성을 쌓고, 그 안에다 줄을 그어 궁전이라 하였다. 그 줄 밖에는 백성들의 집과 곡식을 넣어 둘 창고, 그리고 이곳저곳을 정해 막대기로 이리저리 금을 그었다. 이때 나를 본 한 아이가 일어나 공손하게 절을 하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절했다. 그런 다음 금을 그어 만들어 놓은 창고에서 쌀이라고 넣어 둔 모래를 한 줌 손에 집어 들고, 먼저 절한 아이가 또렷하게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이 곡식을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십시오. 부디 그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저희들로 하여금 이런 인연으로 큰 지혜와 복을 받아 부처님의 일을 많이 이루게 하여 주십시오.’
그 아이는 이렇게 발원하였다. 이에 감동한 나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수기하여 주었느니라.
‘너는 참으로 착한 마음을 가졌도다. 다음 생에는 화시성의 왕으로 태어나리라. 아쇼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서 백성들을 다스리고 곳곳에 탑을 쌓으며, 평생을 정법에 귀의하여 부처님의 일을 크게 펼치리라.’
뒤에 그는 화시성의 왕으로 태어나 큰 절을 짓고 곳곳에 불상을 봉안하였으며 수없이 많은 탑을 세웠느니라. 그때 공중에서 일하는 하인 중에 한 가난한 사람이 있어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우리 대왕께서는 전생에 부처님께 모래 한 줌을 시주한 공덕으로 금생에 이와 같은 부귀를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으로 공덕을 지을 것인가?’
그 하인은 자신의 가난함을 깊이 탄식하였다.
이 하인은 복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하나, 가진 물건을 바치기에도 마음이 모자랐다. 더욱이 부지런하지도 못해 게으르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마당을 쓸다가 은전 한 닢을 주웠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그 은전 한 푼을 가지고 부처님께 시주를 올렸다. 이 공덕으로 그는 다음 생에 그 나라에 공주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이레 만에 손을 펴니, 그 손바닥에는 은전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공주가 자라자 이웃나라의 왕비가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쳤다. 그러나 그는 편안하기만을 바라고, 행복만을 구하여 시주하였을 뿐 부지런히 마음을 닦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이웃나라의 왕비가 되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다만 은전 한 푼이나마 정성껏 시주하였으므로 부귀를 누릴 수는 있었느니라. 만일 사람들이 인과법을 공경하여 믿고 참되게 행하면, 아미타불과 서로 짝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서 이런 이야기도 들려 주셨다.
“내가 죽림정사에서 인연법을 설하고 있을 때였느니라. 어느 날 한 사람이 죽림정사로 허겁지겁 들어와 내 앞에 엎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성 안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저희 중생들을 제도하여 주십시오.’
그 사람은 두려움에 때문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며 떨고 있었다.
그때 죽림정사 안에 있던 모든 대중들의 눈길은 나와 그 사람에게 몰렸다. 그리고는 몹시 궁금하고 의아한 모습으로 웅성거렸다.
‘너무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말해 보라.’
나는 우선 그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는 조금 후 진정이 된 듯 말하기 시작했다.
‘부처님이시여! 어떤 상인 한 사람이 암소 한 마리를 팔기 위해 성문 옆으로 끌고 왔습니다. 암소를 매어 두고 상인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 자기의 소가 사람을 받아 죽이는 꿈을 꾸고 놀라 깨어났습니다. 그랬더니, 벌써 그 암소가 실제로 사람을 꿈속에서처럼 죽이고 있었습니다. 꿈에 보았던 일이 그대로 눈앞의 현실로 일어나자 이 상인은 혼비백산하여 놀랐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장례비라도 치러 주고자 서둘러 암소를 팔려고 했지만, 아무도 이 미친 소를 사려는 사람이 나타자지 않았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나서더니 아주 형편없는 값을 불렀습니다. 상인은 울상이 되어 좀 더 소 값을 받으려고 애걸했습니다. 그렇지만 소를 사겠다고 나선 사람은 막무가내, 헐값에 소를 샀습니다. 제가 본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소를 산 사람이 소를 끌고 가 버리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소를 사서 끌고 가던 장사꾼은 목이 말라서 소를 강가의 나무에 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강으로 내려가 엎드려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나무에 매어둔 소가 달려들어 장사꾼을 들이받았습니다. 그른 창자가 터지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달려와 소를 잡아 죽이고, 가죽은 가죽대로, 고기는 고기대로 잘라서 팔아 버렸습니다. 그러나 소머리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기며 가죽을 팔 때마다 사람을 죽인 소라고, 마귀가 씌었다고 말하며 흥정을 훼방하는 사람이 나타나 다시 헐값으로 팔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그 훼방꾼이 소머리를 아주 헐값으로 사게 되었습니다. 소머리를 산 사람은 새끼줄로 소머리를 얽어 등에 지고 갔습니다. 그는 성 밖으로 나가 시골길로 접어드는 지점에 이르러 소머리를 나무 위에 걸어두고 잠시 나무에 기대앉아 졸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새끼줄이 스르르 풀리면서 소머리가 그 사람의 머리에 떨어져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그만 뇌진탕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죽림정사로 달려온 사람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하여 온 성이 웅성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이 사람과 죽림정사 안에 있는 많은 대중들을 둘러보았다. 이때 북이 울리며 임금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죽림정사로 들어섰다.
‘부처님이시여! 소 한 마리 때문에 백성들의 마음이 놀라고 어지럽습니다. 그 연유를 알고자 하여 부처님을 뵈러 왔습니다.’
나는 임금에게 자리를 권할 수 다른 중생들을 향해 이렇게 설하였다.
‘본래 사람이나 짐승이나 우연이란 없는 것, 모든 선악과 부귀공명, 생사도 역시 인과의 이치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지금 여기 중생들이 걱정하는 그 소와 죽은 세 사람의 상인들은 전생에 서로의 과보가 있었느니라. 전생에 세 사람은 한 패였다. 세 사람이 함께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데,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꾸며 한 사람은 값을 깎고, 한 사람은 값을 올리며, 또 한사람은 중간에 나서 물건을 팔려는 사람에게 적당한 값이라고 부추겼느니라. 또 자기들의 물건을 팔 때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울리거나, 잘 속지 않는 사람을 협박하고 윽박질러 빼앗다시피 하였느니라.
어느 날 이들이 장사를 하다가 날이 저물자 부근에 잠잘 만한 곳을 찾았으나, 주막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오두막집으로 들어가 사정을 말했느니라. 하룻밤만 자고 가게 해주시면 후한 사례를 하겠다고 아주 점잖게 청한 것이다. 그 집에는 노파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집이 너무 좁고 초라하며, 마땅하게 시중들만한 사람이 없다고 거절하였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불한당들은 노파 혼자 사는 집이라 오히려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래서 더욱 정중하게 부탁하며, 사례를 두둑하게 하겠다는 말을 특히 강조했느니라.
노파는 이 사람들의 사정도 들어 주고, 또 얼마간의 돈도 생길 거라는 생각으로 허락하였다. 이 집 저 집에 가서 이부자리도 빌려 오고, 찬거리며 쌀, 온갖 음식들을 마련하여 아주 극진하게 대접한 것이다. 세 사람은 배가 터지도록 먹고 편안하게 잘 잔 다음, 노파가 없는 틈을 타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사례는커녕 인사말조차 없이 그들이 달아난 것을 안 노파는 그만 땅에 주저앉았다. 괘씸하고 분한 마음과 이웃에서 꾸어 온 음식 걱정 때문에 노파는 기를 쓰고 그들을 뒤쫓아 갔다. 한참 후에야 그들을 만난 노파는 이렇게 말했느니라.
‘여보시오, 식비와 숙박비를 내고 가야 할 게 아니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도망가는 법이 어디 있소?’
그러나 이 세 사람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시치미를 뚝 뗐다. 마을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자 이들은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할머니 망령이 드셨습니까? 우리가 떠나올 때, 할머니가 너무 고맙게 잘해주시고, 또 가족도 없이 혼자 쓸쓸하게 지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한 사람당 열 냥씩 거두어 드리지 않았습니까? 우리 부모님에게 하듯,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까지 드렸는데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노파는 너무 기가 막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느니라.
‘이 날도둑 같은 놈들아! 돈 삼십 냥은 고사하고, 단 돈 세 푼도 내놓지 않고,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느냐?’
노파가 악을 쓰고 발버둥을 쳤지만, 불한당들은 태연하게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마을사람들은 흩어져 가면서 혀를 찼느니라.
그리고는 노파가 미쳤거나 망령이 들었을 거라고 수근 댔다.
노파는 있는 힘을 다해 불한당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지만, 다 늙은 노인의 힘으로 그들을 당할 수가 없었다. 끝내 노파는 그들에게 길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그 바람에 노파는 몸이 다치고 팔다리가 부러졌느니라. 노파는 한없이 울다가 나중에는 무정한 마을사람들까지 원망하기에 이르고는 이렇게 다짐한 것이다.
‘두고 보아라. 내 너희 놈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금생이 아니면 내생, 아니 내 후생까지라도 쫓아가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그렇게 노파는 죽어 간 것이니라.
여기까지가 노파와 세 사람의 불한당들이 얽힌 인과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마치자 모든 대중들은 인과로 인한 과보에 대해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때 아난이 거듭 부처님께 여쭈었다.
“말세중생이 복이 없고 마음이 더럽혀져 인과를 알지 못하고 종종 타락의 길로 빠져 듭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으로 이 경전이 이 세상에 항상 있으니, 만약 혼자 수행하는 비구, 비구니와 우바새, 우바이가 이 경을 쓰고 널리 전하며, 간절히 염송한다면, 모든 사람들의 부귀영화와 건강과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 불국정토 극락세계의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연화대에 태어나리라는 수기를 부처님께 받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수만 가지의 업은 스스로 지어 받는 것, 지옥에 들어가서 고통을 받은들 누구를 원망할 것이냐? 인과를 현재 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멀리는 자손에게 미치고 가까이는 자기 몸에 이르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인과경>을 받아 지니면,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선업을 지키고 밝혀 주느니라.
누구든지 <인과경>을 써서 돌리면, 세세생생에 걸쳐 자손은 번창 하고 앞날이 열릴 것이니라.
누구든지 <인과경>을 지니고 다니면, 흉악한 재앙과 모진 횡액에서 벗어날 수 있느니라.
누구든지 <인과경>을 설하며, 세세생생에 총명함을 얻으리라.
만약 전생의 인과를 묻는 사람이 있다면, 동서고금의 어진 임금이나 성현을 보라. 그들은 전생에 복을 많이 지어서 어진 임금으로 태어나고, 성현이 되었느니라.
만약 후세의 인과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질투가 많고 악독한 사람을 보라. 그들은 죽은 다음 축생으로 태어나리라.
만약 인과의 감응이 없다면,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아들의 천도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으랴?
누구든지 <인과경>을 깊이 믿고 닦아 행하면, 다함께 내세에는 극락세계에 태어나느니라.
삼세인과의 깊고 넓은 뜻은 쉽게 말할 수 없으나, 불 법 승 삼보와 천룡, 야차 모든 호법신장이 착한 사람을 지킬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설법을 마치시니, 천인, 용, 모든 호법신장과 사람, 사람 아닌 모든 중생들이 다함께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기를 맹세하고 물러갔다.
펴낸곳-불교시대사(경전연구모임)
펴낸이-이규만
'불경(佛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승만경(勝鬘經)-上 (0) | 2022.02.18 |
---|---|
불정심관세음보살 모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善薩 姥陀羅尼經) (0) | 2022.02.17 |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0) | 2022.02.15 |
천지팔양신주경(天地八陽神呪經) (0) | 2022.02.14 |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0) | 2022.02.13 |
댓글